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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GTC 2025와 젠슨 황의 미래 전략: 장기집권을 위한 두 가지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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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3 17:55 작성

엔비디아 GTC 2025와 젠슨 황의 미래 전략: 장기집권을 위한 두 가지 야망

젠슨 황의 비전: AI 세계 지배의 청사진

2025년 3월 17일부터 열린 NVIDIA의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에서 젠슨 황 CEO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해 AI 산업 전반을 뒤흔들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그가 펼쳐 보인 엔비디아의 장기 전략은 마치 체스의 그랜드마스터가 몇 수 앞을 내다보듯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젠슨 황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AI칩 타겟 소비자를 확대하는 '수평적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AI 풀스택의 상위 레이어로 확장하는 '수직적 확장'입니다.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젠슨 황은 추론 성능 향상, 데이터 센터 제공, 개인용 AI PC 출시, 로봇 학습 플랫폼 제공 등의 세부 전략을 차근차근 풀어냈습니다. 결국 젠슨 황이 추진하는 엔비디아의 방향성은 기존 AI 칩 시장에서의 독점 유지와 신시장 개척 병행이라는 양면 작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비전 속에서 AI 시장은 빅테크, 빅AI(OpenAI, Anthropic) 기업을 넘어 개인과 중소기업 사용자로 빠르게 확산되며, 그 형태는 궁극적으로 물리적 AI(Physical AI)로 진화할 것입니다.

440만원짜리 AI PC가 정말 팔릴까? - 수평적 확장의 도전과 가능성

DGX Spark: 미래를 향한 도박인가, 필연적 진화인가?

젠슨 황의 첫 번째 야망은 AI 칩 소비자층을 빅테크 기업에서 일반 개인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440만원이라는 '천문학적' 가격표가 붙은 개인용 AI PC인 DGX Spark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 가격대의 AI PC에 대한 개인 소비자 수요가 존재할까요?

현재 AI PC 구매자들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소 냉혹한 현실이 보입니다. 이들은 AI 활용처의 모호함으로 인해 단순 신기능에 대한 호기심 외에 별다른 효용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텔의 최근 설문조사는 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AI PC 사용자들이 기존 PC 사용자보다 작업에 더 오랜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또 다른 충격을 줍니다. "원하는 답변이나 응답을 얻기 위해 AI 도구와 가장 잘 소통하는 방법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AI PC는 현재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낮추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젠슨 황의 440만원짜리 AI PC 전략은 무모한 도전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저수준 알고리즘의 최적화를 통한 저원가 혁신과 AI 칩의 가속화된 발전이 결합되면, AI PC는 점차 고급 AI 에이전트를 실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AI 기능은 단순한 부가가치가 아닌 제품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GTC에서 강조한 것처럼, DGX Spark는 당장은 AI 개발자나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좋은 선택지로 포지셔닝됩니다. 기존 AI 인프라 구축에서는 고성능 모델을 위해 여러 GPU를 병렬 연결해야 했지만, DGX는 128GB라는 어마어마한 VRAM을 갖추어 적은 수의 GPU로도 동일한 성능을 제공합니다. 가격이 비싸 보여도,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는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딥시크의 도전: CUDA 생태계는 무너질 것인가?

CUDA 생태계를 우회한 딥시크(Deepseek)의 도전은 엔비디아의 주가를 흔들었습니다. 딥시크는 열화된 GPU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CUDA 프레임워크 대신 저수준의 PTX 방식을 채택하여 낮은 비용으로 대규모 모델 학습을 가능케 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저렴하게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엔비디아의 독점적 AI 칩 비즈니스 모델에 균열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젠슨 황은 이 도전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그는 딥시크 사례를 언급하며 도리어 자사의 Dynamo 분산 추론 프레임워크의 추론 성능 향상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흥미롭습니다. "Deepseek로 인해 고성능 AI 칩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추론 연산을 감당하기 위해 우리 칩이 더 필요해질 것"이라는 역설적 주장입니다.

실제로 딥시크가 채택한 CUDA 우회 방법인 "PTX"는 개발 난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는 CUDA 프레임워크보다 더 저수준에서 코드를 이해해야 하며, CUDA를 직접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화된 AI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페라리 엔진을 완전히 분해해서 다시 조립할 수 있는 기술자 수준의 실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사용하기 편리한 CUDA 방식을 선호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NVIDIA GPU 판매 제한으로 인해 CUDA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은 AI 엔지니어링 방법론 개발이 국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딥시크의 PTX 방식이 중국 정부의 지원 하에 여러 기업들에게 공유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엔비디아에게 분명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왜 휴머노이드에 진심인가? - 수직적 확장의 비밀

물리적 AI의 장벽: 모라벡의 역설과의 싸움

젠슨 황의 두 번째 야망은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 칩 개발에 대비해 미래 시장인 로보틱스, 특히 휴머노이드 분야를 선점하는 것입니다. AI가 실생활에 더 빠르게 통합되려면 물리적 형태(Physical Form)가 필요하다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젠슨 황도, 그 누구도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난관이 있습니다. 바로 '모라벡의 역설'입니다.

모라벡의 역설이란, 인간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극도로 어려운 과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의자에 앉는 것은 특별한 교육 없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만, 로봇에게 이 단순한 동작을 가르치려면 복잡한 강화학습 과정이 필요합니다. LLM이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지능을 모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도전과제입니다.

인간의 일상적 동작을 로봇이 효과적으로 모방하기 위해서는 환경 인식, 상황 판단, 동작 결정, 동작 수행이 모두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사례에 대한 강화학습이 필수적이며, 이것이 바로 젠슨 황이 집중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새로운 CUDA를 만들기 위한 전략: 오픈소스로 시작하여 독점으로 끝내기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시장 선점을 위해 누구나 쉽게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FM)을 개발할 수 있는 GR00T 모델과 강화학습을 위한 가상 공간 시뮬레이션 플랫폼 Cosmos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언뜻 보면 관대해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젠슨 황의 장기적 포석이 느껴집니다.

GR00T와 Cosmos는 휴머노이드 개발자들에게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이며, 이는 과거 CUDA가 AI 개발자들에게 그랬던 것과 유사합니다. 결국 엔비디아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또 다른 독점적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초기에 무료로 제공되다가 점차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많은 기술 기업들의 전략과 닮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니트리(Unitree), 피규어AI(Figure AI) 같은 휴머노이드 기업들도 자사의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설계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규어AI는 OpenAI와의 협력을 종료하고 오픈소스 로봇 모델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유니트리는 G1 로봇의 최첨단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휴머노이드 산업 전체가 오픈소스를 통해 성장하는 초기 단계에서, 엔비디아는 GR00T와 Cosmos를 통해 이 흐름의 중심에 서려 하고 있습니다.

AI가 바꿀 미래: 디지털에서 물리적 세계로

AI 에이전트가 일상을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AI 칩과 모델의 기하급수적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AI 에이전트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 것입니다. 기업 환경에서는 이미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 에이전트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인간이 설계하던 업무 워크플로우가 AI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로 대체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 생활에서 AI 에이전트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입니다:

  • AI PC: DGX Spark와 같은 고성능 AI PC에서만 구동 가능한 고급 AI 에이전트는 게임 속 NPC와의 실시간 대화나 개인 정보 기반 자동화 작업을 지원할 것입니다. 네트워크 지연 없이 로컬에서 AI가 구동되는 장점은 특히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는 작업에서 큰 가치를 발휘할 것입니다.

  • AI 스마트홈 허브: 집안의 모든 기기를 통제하는 중앙 인공지능으로, IoT 기기들을 단순 제어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 AI 웨어러블: 안경, 이어폰 형태의 AI 디바이스는 일상에서 실시간 번역, 정보 검색, 건강 모니터링 등을 지원하며 우리 신체의 일부처럼 기능할 것입니다.

이처럼 AI 에이전트가 점차 개인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연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엔비디아의 AI 칩 비즈니스에 강력한 뒷받침이 될 것입니다. 로컬 구동이든 클라우드 연결이든, 결국 엔비디아의 칩이 그 중심에 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휴머노이드 시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는 로봇 공존 사회

휴머노이드 산업은 오픈소스 중심의 협력 모델을 통해 기대 이상의 빠른 성장을 보일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GR00T와 Cosmos, 그리고 유니트리, 피규어AI 등의 오픈소스 기여는 휴머노이드 개발의 기술적 허들을 낮추고 있습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유니트리, 앱트로닉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피규어AI 등 주요 휴머노이드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급격히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합니다. 특히 OpenAI와 결별한 피규어AI가 독자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휴머노이드 시장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젠슨 황의 비전,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위험들

젠슨 황이 그리는 미래는 분명 매혹적입니다. 그러나 이 화려한 비전 뒤에는 몇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규제 리스크도 함께 증가합니다. 미국과 EU의 반독점 규제 기관들은 이미 빅테크 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CUDA 생태계를 통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도 언제든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유사한 독점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규제 당국의 경계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중국의 CUDA 대체 기술 개발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은 자국 AI 기술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딥시크의 PTX 방식이 국가적 지원 하에 최적화되고 확산된다면,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위치는 생각보다 빠르게 약화될 수 있습니다.

셋째, 440만원이라는 가격의 AI PC는 현실적인 시장 수요와 괴리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개인과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고가 장비에 투자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DGX Spark가 제공하는 가치가 그 비용을 충분히 정당화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과시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넷째, 휴머노이드 시장은 젠슨 황의 기대보다 훨씬 더 긴 도입 주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모라벡의 역설이 시사하듯, 물리적 AI 구현은 알고리즘적 도전을 넘어 하드웨어, 안전성, 규제, 사회적 수용성 등 복합적인 장벽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장 성장을 지연시키고, 엔비디아의 투자 회수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ntel, AMD, Qualcomm과 같은 전통적 경쟁자들뿐만 아니라 Google, Microsoft, Amazon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 칩 개발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클라우드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가진 강점을 활용한다면, AI 스택 전반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젠슨 황의 비전은 분명 혁신적이고 야심찬 것이지만, 엔비디아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 생태계 구축, 규제 대응, 가격 전략,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 관계 구축 등 복합적인 과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미래는 분명 밝지만, 그 여정은 엔비디아를 포함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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