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YOUNG의 한 마디 👀

인터뷰 준비를 위해 채린님의 유튜브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했다.
처음엔 아나운서 준비 한 가지에 집중하기도 벅찰텐데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여러가지 한다고 하면 어느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맛만 본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완벽한 편견이었다. 채린님에게 취준이란 뭘 먹어도 맛있는 뷔페를 차리는 것 아닐까?
먹고 또 먹어도 되고, 이리저리 조합을 만들어 먹어도 되는 그런 뷔페 말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인생에 한 가지 직업만 있는 건 아니니까.


도저히 시간이 없을 땐
공중화장실에서 리딩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나운서 준비생이자 유튜브 [채린의 쓰임]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 그리고 마케팅인턴을 하고 있는 대학생 김채린이라고 합니다.


수식어가 굉장히 길어요.
가장 먼저 아나운서 이야기를 했으면 해요.
언제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나요?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어요. 성적은 남들보다 시간을 더 써서 쟁취했던 거라면 ‘말 잘하는 건’ 조금만 노력해도 남들보다 잘 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재능을 살려서 일할 수 있다면 ‘아나운서’가 내 길이다 생각하게 됐죠. 어렸을 때는 막연히 ‘장래희망: 아나운서’로 생각했다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내가 되고 싶은 아나운서는 어떤 아나운서인가 고민했어요. 저는 예쁜 이미지를 파는 아나운서가 아니라, 실력있는 말 그대로 ‘말 잘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거든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했나요?

제가 코로나 학번이거든요.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싶지않아서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기도 전에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울만큼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었어요. 발성, 발음, 시선, 제스쳐까지 신경 쓰려니까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구요.(웃음) 근데 배워보니까 너무 재밌는거에요. ‘아, 이건 내 길이다!’ 싶었어요. 그래서 하루에 스피칭 영상 하나는 무조건 찍겠다는 저만의 룰을 만들었어요. 집에서 찍을 시간이 없을 땐 버스정류장, 길거리, 심지어 공중화장실에서도 연습했어요. 그 결과 1년 만에 급성장을 할 수 있었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게 느껴졌으니까 행복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아나운서를 상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흔히 ‘예쁘다’, ‘참하다’ 이런 정제된 이미지가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이미지메이킹이라는 수업을 따로 받을 정도로 그런 ‘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돼요. 문제는 사람에게 풍기는 분위기 뿐 아니라 외적인 이미지까지 만들어내려고 하는 거죠. 일부 학원에서는 성형을 권유하기까지 해요. 실력은 내가 연습해서 키우면 되는 부분이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을 때는 막막하고 속상했어요. 제가 되고 싶은 아나운서는 실력 좋은 아나운서지 예쁜 아나운서가 아니었거든요.


그런 피드백을 받았음에도
결국 최종면접까지 간 사람은 채린님이잖아요.

맞아요. (웃음)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한국경제 아나운서 모집에서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어요. 탈락하긴 했지만요.(웃음)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붙을 거라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에요. 아마 붙었다면 제 이름 앞에 ‘최연소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이 붙었을거예요. 그만큼 제가 많이 어렸어요. 합격보다는 경험을 위해 지원한거죠. 최종 면접 직전까지 ‘즐기고 오자!’ 생각했어요. 오히려 문제는 면접을 본 뒤에 생겼죠. 면접이 끝나자마자 ‘떨어질 수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면접이 완벽했다고 생각했어요. 답변도 잘 한 것 같았고, 리딩에서 실수도 없었죠. 그래서 탈락하고 충격이 컸어요. ‘탈락’ 그 자체보다 스스로 만족 할만큼 면접을 잘 봤는데도 떨어졌다면 ‘이 다음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하는 생각에 복잡했죠. 혹시 ‘외적인 부분 때문에 떨어진 건 아닐까’ 싶었어요. ‘그건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그럼 나는 아나운서를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죠.

▼ 채린님의 아나운싱 연습 자료


제 인생에 직업이 아나운서 하나만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평생을 바라본 꿈인데
탈락소식에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요.
그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이틀정도는 진짜 속상했어요. ‘왜 떨어졌지?’라는 생각이 없어지질 않아서 학원 교수님께 상담을 받기도 했어요. 그 때 저한테 ‘단순히 잘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끼가 중요하다’ 라고 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아나운서 시험이라는 게 정량적인 점수보단 정성적인 점수가 합격을 좌우한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이너스 요인들을 신경쓰느라 정작 저에 대한 플러스 요인들을 발전시키지 못했던 거죠. 그 뒤로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나의 부족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탈락은 쓰지만 다음 플랜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는 기회였던 거죠.


그럼에도 꿈이 명확하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감도 따라올 것 같아요.
‘혹시 안 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들.
채린님은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나요?

맞아요.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나운서 준비를 위해 밀고 나가고 있어요. 역설적으로 지금 마케팅 인턴까지 하는 이유는 아나운서 준비에 몰입하기 위해서에요. PLAN B가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을수록 ‘혹시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없이 몰두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아나운서가 되더라도 제 인생에 직업이 아나운서 하나만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로선택이 나의 한계를 정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예를들면 어떤 직업들이 있을까요?

아나운서, 마케터, 통역사, 변호사… 제가 고려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직업들인데요. 저의 아이덴티티를 하나로 한정 짓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 흥미나 열정으로 비롯된 진로들이고, 모두 다 직업이 되었을 때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면 의문이 들긴해요. 하지만 그 의문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않는 건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민에 빠져있기 보다는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일단 도전하고 직, 간접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해요.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아나운서 준비가 유튜브로, 유튜브가 컨텐츠 마케팅으로.


아나운서 준비만 해도 할 일이 굉장히 많을텐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일단 처음 시도할 때 과도하게 일을 벌리려고 하지 않아요. 그게 저만의 룰이죠. 이를테면 브이로그를 찍겠다고 카메라를 사지 않았어요. 핸드폰으로 찍고 아이패드로 편집했어요. 시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그만둬도 크게 손해보지 않는 정도로 시도해보는 거에요. 중요한 건 ‘해봤다’인거니까요. 실제로 해봤더니 괜찮을 때 투자를 늘려봐요. 지금은 유튜브에 더 투자해도 좋을 것 같아서 본격적인 편집을 배워보기 위해 패스트캠퍼스 강의를 수강하고 있죠. 만약에 유튜브를 하겠다고 처음부터 카메라를 사고, 편집 공부를 하려고 했다면 지금만큼 꾸준히 하지 못했을 거에요. 아마 영상 하나도 못 올렸을걸요 (웃음) 그리고 주어진 공간과 시간 안에서 집중하려고 해요. 스위치를 껐다 키듯이, 해야 하는 타이밍에 딱 집중하는 거죠. 업무 시간에는 인턴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유튜브 편집은 출퇴근하는 이동 시간 안에 끝내요. 그런 습관이 있어야 모든 일에 있어서 균등하게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작한 채린님의 유튜브가
벌써 누적 80만뷰를 넘겼어요. 축하드려요.
유튜브는 어쩌다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다니던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추천해주셨어요. 최근에 유튜브 포트폴리오가 채용에서도 좋게 쓰이는 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어쨌든 카메라 앞에서 행동하는 거니까요. 카메라 앞에서 더 자연스럽게 행동 할 수 있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 유튜브 [채린의 쓰임 sseuim]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어떤 점이 가장 다를까요?

의무감에 시작한 건 맞지만 지금은 진짜 재밌어서 하고 있어요. 시작할 땐 구독자 1000명만 되어도 남들한테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게 창피하지 않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벌써 구독자도 4천 명에 가깝고, 가끔은 광고나 협찬 문의도 들어와요. 신기하죠. (웃음) 유튜브에 대한 생각이 진짜 바뀌게 된 건 구독자분들이 남겨주는 댓글이나 DM 때문이었어요. 좀 상투적인 것 같죠? (웃음) 저도 ‘선한 영향력을 가진’같은 말들이 유행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진짜 영향력이라기 보단 유튜브라는 채널 안에서 하나의 트렌드처럼 퍼지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동기도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이유잖아요. 오직 ‘나의 성장’만을 위해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댓글로 ‘재능이 없어서 포기하려다, 영상을 보고 자극받아서 더 노력해야겠다’같은 댓글을 여러 번 만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그 깨달음이 가져온 직접적인 변화가 있을까요?

예를 들자면 이번 한국경제 면접 최종탈락 영상이에요. 예전 같았다면 저의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올리지 않았겠죠. 하지만 지금은 부족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차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영상을 보시는 분들에게 그게 더 큰 의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지원과 탈락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정리해둔다면 저에게도 다음 지원을 위한 확실한 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일종의 오답노트 같은거죠. (웃음)


유튜브 채널과 함께 채린님이라는 사람 자체도
성장하고 있다는게 느껴져요.

유튜브를 시작했던 초반에는 진짜 친한 친구한테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웃음) 괜히 안되면 창피할 것 같았거든요. 이제는 주변의 평가나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구독자들에 대한 약간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안될 사람은 안되더라.'라는 메세지는 정말 남기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아나운서가 되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취준생으로서 참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행정학과를 전공하고 있어요. 전공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리 ‘전공을 공부하더라도 사회에 나가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에요. 지식 자체가 저의 커리어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에 반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갈수록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죠. 그래서 더욱 더 대학생일 때 많은 경험을 쌓고,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아 배워나가야하는 것 같아요. 나의 업이 된다는 건 매일매일 그 일을 해야하는 것인데, ‘재미없다. 의미없다’라고 느낀다면 정말 불행한 사람이 될 것 같거든요.


앞으로 어떤 취준생활, 어떤 커리어 생활을 하고 싶나요?

제 유튜브 댓글 중에 ‘재능이 없어 포기하려던 순간 영상을 봤고 지난 성장에 감동 받아 꾸준히 노력하게 되었다’는 댓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 댓글이 저에게 돌아와 다시 자극이 되는 순간이었죠. 행동의 결과를 성공과 실패 딱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그 아래까지 도달하는 동안 얻은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앞으로도 시간이 지나 ‘안 해서 후회된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도전할거에요. 다양한 분야를 고려하면서 준비 중이기 때문에 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꿈에 더 확신이 생기는 날에는 또 새로운 꿈을 찾아 달려갈 생각입니다.

▼ [배우는 사람들] 인터뷰 중인 김채린님


│에디터 YOUNG

패스트캠퍼스와 반짝반짝 빛나는 수강생을 찾아 헤매는 마케터 YOUNG 입니다.
저에게 살아온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실 [배우는 사람들]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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