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YOUNG의 한 마디 👀

번아웃에서 가장 큰 실수는 '자책'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지친 것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게 잘못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눈 팔라'고 말한 금진님의 조언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치고 의욕 없는 어떤 날, 뻔뻔하고 당당하게 한 눈을 팔아보자!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일까.
도통 방법을 모를 땐 환기가 주는 에너지를 믿어보는 게 어떨까?
금진님이 말했듯,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제 미래가 온통 불안정하고
위태롭다고 느껴졌을 때 번아웃이 시작됐어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14년 차 국어강사 김금진입니다. 여러 대형 학원들을 거쳐 현재는 이투스 국어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과목 중에서 특히 국어에 관심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 한 번쯤 겪듯이 국어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괜히 선생님이 가르치던 국어라는 과목 자체를 좋아하게 되고, 더 잘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막연하게 ‘나도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학교 선생님을 준비하다 임용고시를 여러 번 떨어지면서 ‘나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어요. 그런데 문득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하고 싶다면 가르치는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그 뒤엔 시험 준비를 그만두고 학원에서 강사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혼자서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강사로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기본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니까 재밌어요. 그래도 일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가 따라오잖아요. 일단 강사라는 직업이 정규직이 아니다 보니 여러 학원을 계속 떠다니며 언제 짐 뺄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학원마다 다르지만 제가 다니던 학원에서는 주기적으로 강의평가를 진행했거든요. 그때 강의 내용과 무관하게 성차별적인 내용의 평가와 이유 없는 인신공격을 받은 일이 있었어요. 수업 시간마다 웃으며 마주하고 대화했던 학생들이 뒤에서는 말도 안 되는 평가를 남겼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막 들더라고요. 내 노력과는 무관한 피드백을 받다 보니 자존감도 멘탈도 와르르 무너졌죠. 그렇게 번아웃이 시작되었어요.

▼ 금진님의 프로필 & 블로그 이미지


번아웃. 초기에는 사람들이 그저 지쳤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어쩌다가 스스로 번아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나요?

단순히 지쳤다고 치부하기엔 그 상태가 굉장히 오래 지속되었어요. 거의 5년 정도 이어졌으니까요. 처음 2~3년 정도는 아무 의욕도 없이 일했어요. 당연히 강의력은 점점 더 떨어졌고, 자신감은 바닥을 쳤죠.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강사라는 직업 자체에 회의감을 갖게 되었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인데도 말이에요. 게다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폐쇄적으로 변했어요. 저도 모르게 자꾸 소수의 사람에게 의지해서 견디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친구들을 만날 때 매번 만나면 앓는 소리만 하는 거에요. ‘어떡하지?’, ‘요즘 너무 힘들다’, ‘우울해’ 이런 말들만 반복했죠. 당연히 친구들도 절 만나기만 하면 우울하고, 힘들어지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절 멀리하는 게 느껴졌어요. 일도 사랑도, 사람까지 모든 것이 다 뜻대로 안 되자 슬럼프가 더욱 깊고 길어졌어요.


5년의 번아웃 꽤나 긴 시간일텐데요.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가장 금진님을 힘들게 만든 지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디에서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제 이름으로 무엇을 하기보다 학원에 소속되어 학원의 이름으로 일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미래에 대해 늘 불안정하고 위태로움을 느끼며 살았어요. 평범한 직장생활과는 다르게, 일할 때 건설적인 피드백이 오고 갈 수 있는 창구가 없으니 당연히 성취감도 느낄 수 없었죠. 제가 10년을 넘게 일한, 어쩌면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는 분야에서 불안감을 느낀다는 건 제 커리어에 너무 큰 위기였어요. 지난 10년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런 상태가 몇 년 동안 이어지자 저 스스로는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다고 판단해서 상담 센터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잠깐 💥

  • 혹시 약속을 잡는 것조차 귀찮고 의욕이 떨어지나요?
    아래 문항을 통해 [번아웃 자가진단]을 해보세요. 5개 문항 중 3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1.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을 하면 피곤을 느낀다.
    2. 생활에 집중이 되지 않고 무기력함이 심하다.
    3. 전에는 그냥 넘기던 일들이 이젠 짜증이 나고 화가 참아지지 않는다.
    4. 일을 끝마치고 나도 성취감이 들지 않는다.
    5. 이전에 즐거웠던 일이 무미건조하고 삶의 행복이 느껴지지 않는다.

    ⓒ 웃고 떠들고 맛있는 하우스(HOWs) 5회 中


나의 상태를 늘 방치하지 말 것.
언제까지고 그렇게 지낼 수 없으니까요.

보기만 해도 긍정에너지가 넘쳐서 그때를 상상하기가 어려운데요.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을지 궁금해요.

상담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번아웃이라는 건 나를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해서 ‘행동’으로써 진짜 치료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나의 상태를 방치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게 된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여러가지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네요.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자기계발 콘텐츠를 보게 되었는데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거예요. 일종의 열정이 솟아났다고 해야 할까. (웃음)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가 ‘방통대를 가고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머니는 항상 교육을 못 받고 자란 것에 한이 있으신 분이었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서로 ‘해보자. 그냥 등록하는 거야!’하면서 충동적으로 등록하게 되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된 것 아닐까요? 그게 제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번아웃의 돌파구로 배움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에요.
어떤 것들을 배웠나요?

지금까지 강의를 한다는 것, 강사라는 직업은 저를 나아가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불안을 주는 요소이기도 했어요. ‘내 것이 아닌 자리에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그래서 온전히 ‘내 이름으로 된 것’이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작고 큰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내 것’을 만들어내자고 다짐을 한 뒤로는 새로운 걸 배워보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사업자를 내보기도 하고 각종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기도 했어요. 거기서 흥미를 찾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거죠. 일단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처음엔 한국어 교육으로 시작했고 청소년 상담, 상담 심리, 마케팅, 조향, 운동, 글, 디자인 참 다양하게 시도해보았어요. 그중에는 맛만 본 것도 있고, 자격증을 딸 정도로 몰두한 것들도 있어요.


단순히 번아웃의 돌파구로 보기엔
참 많은 것들을 배우셨는데요. (웃음)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배움’이 있다면요?

최근 2-3년간 정말 폭발적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제가 ‘이만큼이나 배우는 걸 좋아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그중에 제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운동이에요. 일단 운동을 할수록 변하는 몸을 보면서 성취감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많이 올라가요. 운동만큼은 뭔가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바디프로필도 찍고,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운동으로 풀고 있어요.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엔 운동만큼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없어서 주변에도 많이 추천해주는 편이에요. 나머지 하나는 조향이에요. 제 부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원데이클래스를 열거나,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인 활동도 겸하고 있는 분야에요. 아무래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까, 새로운 주제로 클래스를 여는 게 저에게 긍정적인 자극으로 다가오더라고요. 평소에는 수험생만 만났는데 조향 클래스는 더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접할 수 있어서 제 아이덴티티도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았죠.

▼ 금진님의 바디프로필 & 자격증


때론 뭔 갈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요.
특히 번아웃 때에는 더욱 그렇죠.
그걸 어떻게 깰 수 있었나요?

사실 번아웃이 왔을 때 뭘 하라는 말조차 스트레스로 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쉽게 제안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지낼 순 없으니까요. 저도 거의 4-5년을 번아웃에 빠져 지냈어요. 말 그대로 악순환이었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일을 하는 것, 하루를 살아내는 것 자체에서 질이 더 떨어졌으니까요. 꼭 배우지 않더라도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던가, 새로운 옷을 입어본다든가 하는 것처럼 늘 하던 패턴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 주는 그 신선함을 느껴보는 게 포인트거든요.


주변 사람들도 금진님의 변화를 알아차렸나요?

예전에는 개인 SNS에 감정적인 글을 많이 올렸어요. 글은 저만의 자가치유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가시적인 나의 모습보다는 음악이나 시를 공유한다던가… ‘감성글’ 같은 것 있잖아요. (웃음) 근데 요즘은 자격증이나 바디프로필, 강의하는 것 등 제 활동을 기록하는 형태로 많이 업로드하고 있어요. 예민했던 시절 관계가 느슨해진 사람들도 SNS를 통해 제 소식을 접하고 많이 놀라시곤 해요. 끊임없이 새로운 걸 도전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고 연락주시더라고요.


번아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전 남들에 비해 정말 많은 것들을 도전해본 케이스기 때문에 저만큼 해볼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자칫하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잘했는가'가 중요해질 수 있거든요. ‘했다’ 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내 중심을 어떻게 이끌고 갈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이 말은 국어강사라고 해서 국어를 더 공부하라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한 눈 팔고 싶다면, 한눈파세요. 한 우물만 파서 잘 되던 때가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적당히 한눈팔아야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번아웃이 그런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과의 만남, 그사이에서의 크고 작은 선택과 결과들…. 이런 것들이 저를 더욱 주체적으로 만들어주고 긍정적인 발전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번아웃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내 이름을 건, ‘나라는 사람’의 페르소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해요. 내 이름 ‘김금진’이라는 글자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줄 수 있는가, 내 캐릭터는 무엇인가에 대해 반드시 고민해보세요. 직업을 빼놓고 온전히 내 이름을 걸고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실 수 있나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번아웃을 극복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부디 번아웃에 빠져계신다면 지금, 오늘 꼭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에디터 YOUNG

패스트캠퍼스와 반짝반짝 빛나는 수강생을 찾아 헤매는 마케터 YOUNG 입니다.
저에게 살아온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실 [배우는 사람들]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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